1. 계획대로라면 리1뉴얼을 끝냈어야 하는데 아예 갈아엎을지 고민 중이라 미뤄지고 있다. 요즘 유튭에서 시청자 디자인 컨펌 해주는 영상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고... 미용실 가려고 마음먹으면 갑자기 머리가 괜찮아 보이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됐음
2. 같은 내용의 포스팅을 해도 티스토리에서는 1년 동안 조회수 2백이 겨우 넘는데 텀블러에서는 한 달도 안 돼서 반응 2천 개를 찍는 걸 보고 이래서 사람들이 sns를 하는구나 싶었다. 반응 얻으려고 하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글을 굳이 공개로 올리는 이유는 좋은 걸 같이 보고 같이 듣자는 홍익인간의 취지에서인데, 이 블로그의 유입은 대부분 스1킨 때문이고 다른 포스팅에는 유입이 거의 없다. 그리고 내 관심사가 한국에선 메이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지만 티스토리에서는 현재 구독 중인 극소수의 분들 외에는 취향 겹치는 블로그를 찾지 못했다.
아무튼 그래서 이 플랫폼을 나는 뭘 위해 유지하는가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물론 글 올리는 데라고는 오직 여기뿐이기 때문에 어디 다른 데로 갈 건 아니지만.
티스토리는 모든 것을 자유도에 몰빵한 샌드박스형 오픈월드 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 멀티 기능도 존* 후지고 남는 게 스킨 꾸미기라는 자유도밖에 없다는 뜻이다.
티스토리에서 발행되는 글들을 쉽게 모아 볼 방법이 없어서 아무리 내가 영화나 음악 등의 태그를 걸어도 다른 블로거들이 해당 태그가 걸린 글을 외부에서 모아 볼 수 없다. 티스토리의 '스토리' 메뉴에서도 공감 수 등으로 걸러진 일부 글만이 노출된다. 그래서 소소하게 굴러가는 블로그들을 발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가뜩이나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로 떠나서 블로그가 쇠퇴하는 중인데 티스토리도 소셜 미디어의 태그 시스템이나 알고리즘 등을 벤치마킹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봤면 좋겠다(다 비용 문제겠지만). 지금과 같으면 블로그를 새로 시작한 사람도 이 적막함에 금방 시들해져서 떠나갈 것이다.
3. 미디어의 범람과 함께 덕질의 흐름이 엄청나게 빨라지고 있다. 스타트렉을 몇 십 년간 붙잡고 있는 할머니와는 다르게 요즘 사람들은 최애가 한 달마다 바뀐다면서, 시즌이 끝난 쇼의 팬덤이 순식간에 사그라드는 풍조를 질책하는 경우를 요즘 들어 자주 봤는데 그건 너무 꼰대 같은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인기 있는 컨텐츠나 연예인이 한정적이던 시절에는 몇 년이고 한 가지만 파고들 수 있었지만 세상이 변했다. 즐길 것들이 셀 수 없이 다양해진 지금은 컨텐츠 소모를 빠르게 하고 다음 타자로 넘어가는 현상이 당연해졌다. 하나만 조지기엔 먹고 싶은 게 너무 많고 내 위장도 한정돼 있는 뷔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장르를 금방 갈아탄다는 이유로 오타쿠들이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마음이 떠나는 건 사람 의지대로 되지도 않는다.
4. 최근 본 것들 기록
사일로 시즌 1
레베카 퍼거슨을 실컷 볼 수 있는 감사한 시리즈. 1, 2편까지는 좋았는데 시즌 중반에 급 늘어지다가 7편 즈음부터 다시 재밌어진다. 다음 시즌이 언제 나올지 모르고 뒷얘기가 궁금해서 원작 소설을 봐야 할지 생각 중이다.
멋진 징조들 시즌 2
시즌 1 나왔을 때 테넌트 덕질한다고 브처, 닥터후, 제존까지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내 세월 어디감
크롤아지를 응원하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시즌은 너무 산만했다. 팬픽 작가의 이것도 보고 싶고 저것도 보고 싶어 하는 의식의 흐름을 아무 필터링 안 거치고 각본으로 만든 것 같음. 어차피 이 드라마의 시청자는 대부분 오타쿠들이고, 오타쿠들은 얘네가 지금 사랑을 하는데 다른 게 뭐가 중요하냐는 마인드이기 때문에 보고 싶어 하는 걸 다 보여주면 완성도는 크게 따지지 않는 관대함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플롯이 이렇게 개판인 건 사람들 진짜 신경도 안 쓰는구나 싶었다. 오타쿠들 환장하는 디테일을 기막히게 살리긴 했다.
다음 시즌 확정이 안 된 상황에서 시즌 3를 낼 확신에 가득 찬 엔딩을 냈는데 물론 인기가 있으니까 컨펌될 확률이 높지만 만에 하나 못 나오는 상황이 생기면 찝찝한 마무리로 끝나게 된다. 떡밥 잔뜩 뿌리고 회수도 못 한 채 장렬하게 캔슬된 미드를 한 두 번 본 게 아니다. 다음 시즌 안 내주면 아마존 프라임은 팬들한테 고소당할 거다.
워킹 데드 시즌 11 파트 2
워데의 모든 시즌은 하나같이 '정착 - 내분 또는 실수로 좀비 헬게이트 오픈 - 수습'의 순서를 따른다. 이 짓을 대여섯 번쯤 반복하고 마침내 엔딩이 났다.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 시즌 5까지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때만 해도 마지막 시즌에서는 좀비 사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줄 알았지만 결국 그런 건 없다. 내가 워데를 끝까지 다 본 의리갑이 됐을 뿐. 중후반 시즌의 상태를 보면 캐릭터에 이미지 고착되기 전에 하차한 스티븐 연이 신의 한 수다.
워데 보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인데 지구상에 사람들이 모두 죽고 동료들 다 떠나보내도 데릴 만큼은 살아남은 최후의 1인이 될 것 같다. 캐릭터 자체에도 방랑벽이 있고 그런 고독한 서사가 잘 어울린다. 그래서 엔딩은 진짜 데릴 답네 싶었다.
그리고 데릴이랑 캐롤은 새삼 끝까지 소울메이트다. 아니 여기서 입술박치기를 안 한다고?? 싶었던 적이 최소 한 번은 있었는데도 진짜 한결같음.. 남녀 캐릭터라고 해서 꼭 로맨스로 맺어질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는 관계도 좋긴 하지만 친구충 엔딩이 내심 아쉽기도 하다.
곧 방영될 데릴 스핀오프는 배경이 프랑스라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건지 프랜차이즈는 돈이 된다고 줄줄이 나오는 스핀오프를 보면 알차게 뽑아먹네 싶음
1883
하차하려다가 반이나 본 김에 마저 봤다. 독백이 너무 많고 주요 사건이 드문드문 있어서 늘어진다. 그리고 주인공이 남자를 너무 좋아함
더 베어 시즌 1, 시즌 2
석세션과 테드 래소에 이어 또 나만 안 보는 미드였는데 역시 사람들이 다 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꿀잼에다 편당 30분밖에 안 해서 순식간에 다 봐진다. 음식이 너무 맛깔스럽게 나와서 밤에 봤다간 야식을 부를 수 있음. 촬영이 감각적이고 화면 때깔과 영상미가 정말 좋다.
시즌 2의 유일한 흠이라면 중간중간 나오는 로맨스 파트가 노잼이라 그냥 요리나 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아무 빌드업 없이 갑툭튀하는 럽라보다는 차라리 카르미가 시드니와 이어졌으면 납득했을 거다. 사실 둘이 케미가 너무 좋은데 공식이 아닌 커플링을 밀면서 고통받고 싶지 않아서 이 깍 깨물고 참고 있다. 주연 둘이 요리하는 게 메인인 와중에 사랑싸움까지 하기 시작하면 균형이 깨질 거라서 럽라를 넣을 리가 없음. 이게 한드였으면 무조건 럽라 들어갔다ㅋㅋ
아무튼 딪플에서 절찬리 스트리밍 중이니 봐주십시오... 저희 사장님이 너무 맛있고 음식이 친절해요. 시즌 2에는 윌 폴터가 나오는데 메런 때 눈썹 특이했던 친구가 언제 이렇게 핫해졌지? 한 편에만 나오다니 이거 범죄임
샌드맨 시즌 1
보이드 홀브룩 보려고 봤다. 항마력이 좀 필요했지만 cg에 돈 많이 쓴 티가 난다. 아니 이게 뭐지? 하는 맛에 계속 보게 되는 신기한 드라마. 꿀잼까지는 모르겠는데 다음 편을 틀게 만드는 오묘한 그런 게 있어서 다음 시즌도 볼 의향이 있다. 보이드 홀브룩 계속 나와줬으면 좋겠다.
5. 오래전에 봤던 명작 몇 편을 요즘 다시 봤다. 원래는 시리즈물 복습이나 간혹 영화관 n차만 아니면 인생작이라도 처음 봤을 때의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까봐 다시 보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에 다시 보니 그때처럼 재밌는 영화도 있고 그때만큼의 감흥이 없는 영화도 있고... 단역들이 다 아는 얼굴이 되어 있음
인사이드 르윈도 이번에 다시 봤다. 옛날엔 스토리 진짜 우울하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은데 이건 진짜 말도 안 되는 영화였음. 오스카 아이작이 저 얼굴로? 저 목소리로 기타 치면서 노래를 하는데?? 성공을 못 한다??? 이거는 있을 수가 없는 일임. 요즘 같으면 유튜버 해서 팔로워 5백만은 모았을 텐데
6. 2016년 데뷔 앨범 후에 잠수타서 활동 접은 줄 알았던 프랑스 최애 밴드 중 하나가 복귀했다. 신곡이 어떤지를 떠나서 그냥 얘네가 음악 활동을 계속 해 준다는 사실이 너무 고마울 뿐이다. 기념으로 최애곡 두 곡
Poom - De la Vitesse à l'Ivresse
Poom - Je Bo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