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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Category
diary
Date
2023.05.25
By
Baam

1. 티스토리를 왜 이렇게 방치했냐면 그동안 텀블러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팬덤에 문화유산 몇 개 정도는 남긴 것 같다.
슈내(+데스티엘)를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부여잡고 있는데 뭐든 평균 3개월이면 식는 나로서 반년 넘게 가는 건 이례적이다. 15년 동안 쌓인 떡밥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같이 달리는 사람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고인물들 맞팔하니까 가만히 있어도 떡밥이 입으로 들어와서 양식장 바닥에 눌러 앉아 떨어지는 먹이만 받아먹는 빨판상어가 된 기분이다.

팬덤 속에 끼어있는 나.jpg
혼란 그 자체인 양덕 팬덤에 질릴 때도 있었고 슬슬 식어가는 게 느껴지긴 하는데 2016년도에 본 한니발을 아직까지 놓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어떤 덕질들은 뇌 구조를 영구적으로 바꿔버리기 때문에 슈내 보기 전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 할 것 같다. 슈내가 로맨스로 보이는 저주 받은 뇌를 가지게 됐다.

텀블러에 쉬핑 컨텐츠를 많이 포스팅했기 때문에 여러분의 정신 건강을 위해 찾아오는 걸 진심으로 권장하지 않지만 굳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다면 @lo-hi 를 찾으시면 됩니다
슈내 움짤 올리려고 만든 계정이 다른 미드, 영화, 배우, 게임 오만가지 다 올리는 혼돈의 블로그가 되어버림.. 요즘엔 거의 방치 중이다.

 

 

2. 슈내 재탕하느라(시즌 10 볼 차례) 신작 볼 게 10개도 넘게 밀려있는 와중에 본 것들 몇 개. 스포 없음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시즌 4 - 시즌 3는 아쉬웠는데 이번엔 첫 시즌으로 돌아간 듯이 재밌게 봤다.

웨스트월드 시즌 4 - 이전 시즌 방영한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나는 게 거의 없었다. 첫 에피 때 프리비어슬리 온 웨스트월드 정도는 해줘야 되는 거 아닌지
시즌 4 스토리는 심즈...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관 확장이 감당 안 되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특정 에피소드의 연출은 초반 시즌만큼 좋았고 케일럽쪽 설정이 따로 게임으로 만들어도 재밌어 보일 정도로 맘에 들었다. 아쉽게도 캔슬되는 바람에 애매한 마무리로 끝나게 됐다.

우리의 깃발은 곧 죽음 - 퀴어베이팅으로 장사해먹던 슈내만 몇 달 보다가 찐 퀴어쇼 보니까 속이 시원해짐. 해적들이 이렇게 순박하고 사랑스러워도 되는 거야? 클리셰적인 부분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취향에만 맞으면 최애 드라마에 등극할 수 있다. 타이카가 꿀 떨어지는 눈빛 연기를 이렇게 잘 하는 줄 몰랐네... 근데 이거 타이카 의상이 대놓고 고증에 관심 없고 오직 비주얼만 추구한다고 외치는 벨트 주렁주렁한 검은 가죽 재킷이라 웃겼다. 마치 내가 어크 발할라 할 때 고증 쌩까고 입힌 갑옷 같음.

안도르 - 로그 원을 개봉 때 봤더니 한 줄 요약 수준으로만 기억나서 다시 보고 반란군 뽕을 채웠다. 이어서 안도르로 스워 뽕 풀충전
다른 작품들에서보다 디테일하게 나쁜 놈들로 묘사되는 제국 앞에 포스 따위 못쓰는 한낱 평범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 똑같이 포스 못 쓰는 입장에서 얼마나 몰입이 됐는지 모른다. 카시안의 미래를 아니까 이 빌드업이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스워는 이렇게 무게감 있는 작품 좀 더 내줬으면 좋겠다. 세브란스, 비프와 더불어 근래 본 드라마 중에 가장 완성도 높았다.

더 윈체스터스 - 냉정하게 말하자면 슈내의 최고 노잼 시즌들을 여기 갖다 붙여도 슈내가 나아 보일 정도였다. 보면서 시즌 2가 컨펌된다면 놀라울 지경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전에 캔슬 떠서 놀랍지도 않았다.
딘 보겠다고 이 모든 노잼 에피들을 견딘 시간이 아깝다. 딘이 직접 등장하는 피날레 전까진 에피소드 오프닝마다 한두 줄 내레이션 하는 게 전부이고 피날레 한 편만 봐도 내용 이해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여느 슈내 시즌처럼 지구 멸망을 노리는 빌런이 있고 걔네를 돌려보낼 수 있는 포탈을 여는 템이 있단 걸 알면 되는 정도. 피날레에서는 딘이 비중 있게 나오고 다른 반가운 본편 캐릭터들도 나오긴 한다. 예상대로 캐스는 안 나왔지만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 실망도 없다.
이걸로 딘 스토리에 살을 붙이면서 슈내 본편 엔딩이 한결 나아졌어도, 이 드라마의 배경이 멀티버스인 만큼 본편 상에서 이미 일어난 중대한(=개같은) 사건이 없던 일로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슈내 덕질을 하면서 팬들보다도 배우 본인이 캐릭터의 엔딩을 가장 아쉬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에 젠슨 애클스의 '딘을 떠나보내지 못한 한 풀이'로 보면 의미가 아주 크다고 할 순 있겠음ㅋㅋ
이거 한글자막도 없어서 보려고 할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은데 진짜 슈내 세계관 골수팬이라서 새 컨텐츠가 필요한 사람만 보라고 하고 싶다.

라스트 오브 어스 - 원작 게임을 실황으로 본 게 10년 전이라 굵직한 사건만 기억하는 상태로 봤다. 캐스팅 좋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비주얼도 대만족이지만 원작 실황을 너무 재밌게 봐서 그런지 드라마 자체는 생각보다 큰 감흥이 없었다. 게임만큼의 빌드업을 살리기엔 에피소드가 너무 적다고 느껴진다.
에피소드가 9개밖에 안 돼서 엘리와 조엘 이야기만 풀어도 모자를 판에, 한 편을 통으로 조연 러브스토리에 날려버린 게 제일 아쉬웠다. 그리고 게임상으로는 스토리 전개와 더불어 계속해서 전투가 있어서 긴장감이 있는 반면 드라마는 에피소드가 적은 만큼 중요한 전투씬 말고는 다 쳐내고 러닝타임을 스토리 전개에 할애하다 보니 잔잔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꼬질한 핫대디 페드로를 볼 수 있다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만달로리안 시즌 3 - 그로구와 딘 얘기할 시간도 부족한데 라오어처럼 에피소드 하나를 제국놈 스토리 푸느라 날렸고, 제목이 딘 자린이 아니고 만달로리안인 이유를 알려주듯이 보 카탄이 많은 비중을 가져갔다. 나는 그로구와 딘 이야기가 보고 싶었던 거라서 이번 시즌이 너무 아쉬웠다. 다음 시즌에서는 딘이 현상금 사냥꾼으로 은하계를 누빌 때의 서부극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비프 - 올해가 다 가지도 않았지만 올해의 드라마로 선정한다. 쓰리 빌보드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에서 좋다. 결함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게 되는 그런 거.
요즘 매체에 성인들의 어릴 적 부모에게서 얻은 트라우마가 나올 때마다 오은영 부재의 시대에 성장기를 보낸 사람으로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저 캐릭터들도 나처럼 그렇게 싫어했던 부모의 모습을 어른이 된 자신에게서 볼 때가 있을까

 

 

3. 제다이 서바이버 엔딩을 봤다. 전작을 인생겜 급으로 재밌게 했다 보니 후속작 소식이 너무 반가웠고 예구 특전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예구함. 레데리 이후로 온 겜태기를 한방에 날려줄 만큼 너무 재밌게 잘 만들어 놓고서 pc판 최적화 문제 하나 때문에 평가를 조져서 너무 안타깝다. 이 정도면 분명 자기들도 출시 전에 아 이거 이대로 내면 난리 나겠다 싶었을 텐데 이미 한번 연기를 하기도 했고 신작 게임들 뒤이어 나올 차례라 출시를 강행했는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한 달이라도 더 연기를 하는 게 나았을 것 같다. 전작보다 모든 면에서 발전했는데 스팀 평가가 복합적인 걸 보면 마음이 아픔... 하여튼 요즘 게임들은 출시 때 바로 하면 풀 프라이스 내고 베타 테스트하는 호구가 되는 꼴이다. 무슨 김치도 아니고 사놓고 숙성을 하게 만들어
서바이버 올클하고 뽕이 차서 폴른 오더 2회차까지 달렸다. 역시 신작 하다가 구작을 하면 전투나 편의성에서 답답함이 확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스토리는 폴른 오더 쪽이 좀 더 깔끔하고, 해 본 게임 중에 연출이 손에 꼽힐 정도로 좋다.
이번 작에서 떡밥 던지는 걸 보면 후속작이 나오는 건 기정사실이다. 스타워즈 세계관의 타임라인 상 캐릭터의 미래가 정해져 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엔딩을 어떻게 할지 궁금해진다.

 

 

4. 폴아보 신보 진짜 좋아서 버릴 곡이 없다. 오죽하면 최애 곡을 고를 수가 없음. save rock and roll 때 미친 듯이 듣고 그 이후로는 음악이 너무 밝아졌다고 해야 하나 취향이 아니라서 안 듣게 됐는데 이번 리드 싱글이 역대급으로 좋아서 눈물 흘리며 싸인반 직구를 하려고 했다가... 앨범+머천이 45달러에 배송비만 50달러가 넘어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거다. 그래 뭐 싱글이 좋아도 앨범은 까봐야 아는 걸 그렇게까지 해가며 살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로 포기했고 그 돈은 배달음식 배달비로 순식간에 나감ㅋㅋ.. 까보니 수록곡도 싱글이랑 완벽하게 같은 스타일로 잘 뽑혔다. 이럴 거면 살걸, 역시 사고 나서 하는 후회보다 놓치고 나서 하는 후회가 더 크다. 케이팝 파는 양덕이랑 국적 교환하고 싶다 바다 건너에서 덕질하기 힘드네

 

 

5. 2013년 5월에 처음 이 블로그의 도메인 등록을 할 때는 주소를 이렇게 오래 유지하게 될 줄 몰랐다. 입덕한 직후에 별 고민 없이 정한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명작 영화 제목으로 할 걸 골라도 하필 망작을... 그러니 여러분은 블로그 주소를 신중히 결정하도록 하십시오. 더 이상 레오 덕질을 하진 않아도 레오를 시작으로 수많은 배우들을 덕질하게 됐으니 이 영광을 레오에게 돌린다.
주소를 계속 유지하는 이유는 방치를 오래 해서 염치없지만 혹시나 전에 알고 있던 분들이 들어와 보실까 하는 마음에서다. 예전 이웃분들과 이야기했던 영화나 밴드를 볼 때면 지금도 아 이거 그분이 추천해 주셨지 떠오르곤 한다.

블로그가 10년 됐다는 뜻은 나도 그만큼 나이를 더 먹었다는 뜻인데 정신적으로 성장한 건 모르겠고 아직도 그냥 애 같다.

왓챠 보다가 너무 내 얘기라 웃겼던 평
전에는 몰랐던 사실들을 지금은 알게 되긴 했다. 예를 들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며 산다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힘든 일이고 그렇게 살아가는 이 모든 사람들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진다는 거

그리고 부모님의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끼는 때가 왔다. 최근에 아빠가 간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에 전이도 없고 수술 후 차도가 좋아서 지금은 덤덤하게 말할 수 있는 상태지만 한 달 동안은 패닉 그 자체였다. 암이라는 게 내 가족한테 닥치니까 뭐부터 해야 할지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언젠가 나에게도 부모님이 떠나는 날이 찾아올 거라는 걸 막연히 생각만 했지 준비는 전혀 되지 않은 것 같다. 누군들 안 그렇겠어.


2033년에도 이런 망한 글을 남기게 될지 그전에 티스토리가 서비스 종료될지 한번 가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