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내 안 본 인생 10년 손해 보고 속절없이 이마 때리는 사람 됨... 제일 재밌게 팔 시기를 놓쳐서 남들 덕질할 때 구경만 한 업보 씨게 처맞는 중
엔딩까지 달린 후기 (엔딩 스포는 아마 없음)
1. 시즌 15까지 있는 드라마를 뒷북치며 본다는 것은 주요 캐릭터가 당장은 생사불명이더라도 다음 시즌에 어떻게든 다시 나온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고, 스포를 당하지 않기 위해선 검색도 봉인하고 속세를 떠나 모든 떡밥에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야 한다는 뜻이며... 그럼에도 출연진 인스타를 보다가 스포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잔인한 세상아
2. 그간 온갖 시리즈물은 다 봤지만 슈내 보면서 새삼 느낀 건데 오타쿠 많은 장르는 다 이유가 있다. 오타쿠의 심금을 울리는 포인트를 너무 잘 안다. 비록 후반 갈수록 캐붕이 생기긴 하지만? 아니 나는 노잼은 용서해도 캐붕은 용서 못 해... 시즌 8부터 샘을 환장하게 캐붕내고 감정선 뭉개놔서 극대노 하면서 봄. 후반 시즌 딘도 이렇게까지 만들었어야 됐나. 그치만 이미 오래전에 오천만 오타쿠들이 내 몫까지 분노해 줬을 것이기 때문에 화를 참겠다.
3. 처음엔 젠슨 애클스 보려고 봤다가 어느 순간부터 오프닝마다 이번 에피에 캐스 나오나??만 외치다가 미샤 이름이 없으면 시무룩해진다. 캐스가 3에피 이상 안 나오면 분리불안이 생김. 노잼 시즌도 캐스 언제 나오나 부여잡고 보다가 시즌 중반에 등장하면 치트키 쓰듯이 재밌어진다.
4. 최애 드라마들 죄다 주인공이 고통받는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슈내가 왜 이렇게 재밌나 했더니 얘네가 끝없이 가시밭길을 걸어서 그런가 보다. 무슨 고통 돌려 막기 급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잠깐의 행복도 허락하지 못할 만큼 쉴 새 없이 가혹하게 구른다.
💩 같은 후반 시즌도 좋았던 점이 있다면 샘과 딘이 그런 자기네 삶을 완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돼서 나도 마음이 좀 편해졌다는 거. 한편으론 마치 알피지 게임처럼 애들 템 파밍이 너무 잘 되고 퇴마에 고인물이 돼서 시즌 초반의 곧 죽을 것 같은 쫄깃함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5. 초반 시즌이 제일 재밌으니 아껴 보라는 말을 신경도 안 쓰고 하루 만에 12편을 달린 날도 있는데, 마지막 시즌이 다가오니까 엔딩을 보고 싶지 않아서 아껴 보게 되고 초반에 허겁지겁 해치운 걸 후회했다. 에피소드가 300편이 넘으니 신나게 퍼먹어도 안 줄어들 줄 알았지 순식간에 인생 3개월이 삭제될 줄이야. 불과 저번 글에 드라마는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고 썼지만 한편으론 못 떠나보내는 마음도 너무 잘 알겠다. 다른 드라마 볼 때 이 드라마가 영영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기도 하고, 몰아서 본 나도 이렇게 떠나보내기 싫은데 15년이나 함께 해온 팬들 마음은 오죽했겠어. 후반 시즌의 상태가 워낙 한숨이 나오다 보니 그만 놓아주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우린 존* 예전에 끝났어 어쩌고 하는 노엘 명언이 생각나기도 하고ㅋㅋ
시즌 1 때 퇴마 노잼이라고 하차각 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얼굴이 질리면 하차하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함) 돌이켜보니 정말 그때가 제일 재밌을 때였다. 마치 왕겜 조프리 언제 죽냐고 욕하면서 볼 때가 제일 재밌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은 것처럼. 8, 9, 12 시즌이 특히 고구마 백 개 처먹는듯한 고통이었지만 우리 애들 보느라 견딜만했다. 방영 중이었으면 하차 고비였을 텐데 완결 난 시점이라 하차 생각까진 안 들어서 쭉 달릴 수 있었다.
6. 막시즌 피날레는 내가 1519까지만 봤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꼭 이렇게까지 해야 속이 후련했냐악!!! 소리가 나왔다. 간접 스포를 보고 일찌감치 예상한 엔딩과 똑같긴 했어도 그걸 직접 눈으로 보니 처음엔 몰입이 안 될 정도로 납득이 안 되는 나머지 이거 왜 갑자기 💩 뿌리는 거야 싶었다.
7. 공식이 아니면 쉬핑을 하진 않는데 (남이 하는 마음은 이해 쌉가능, 잘생기고 서로한테 집착 오지게 하는 애들 좀 붙여먹을 수 있지) 시즌 15 갑분고백 보고 동공지진남 이거 지금 공식으로 땅땅 해준 거야...?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고 가족으로서의 친구로서의 사랑 뭐 그런 게 있잖음 근데 이건 맥락상.. 한니발이 저를 사랑하나요?의 대사처럼 직구로 메다꽂는 느낌이라 내가 생각한 게 맞나 혼란스러웠는데 찐으로 의도한 게 맞나 보다. 캐스가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한 가지가 뭔지 해석하기 나름인 듯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대사하며 스크립트가 너무 못을 박아주는 거 아님..? 난 또 내가 오타쿠적 시각으로 본 줄 알았더니 배우도 그렇게 해석했다길래 안도했다. 캐스 서사를 좀 단순화해버리는 쪽으로 써먹은듯하면서도 이게 또 캐논이면 대존맛일 것 같아서 혹 하기도 하고 아무튼 굉장하네요... 재주행 하면 새롭게 보일 거 같다.
8. 슈내 의상실의 각양각색 체크 셔츠들 워낙 유명해서 알고 있었지만 와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니 이 물량이면 샘이랑 딘 지들끼리도 이게 누구 옷인지 구분 못하는 거 아니야? 옷을 왜 이렇게까지 입히나 싶었는데 나중 가니 이해가 조금은 갔다. 왜냐면 얘네는 얇은 반팔 셔츠 한 장만 입혀도 진짜 위험해짐. 그... 와...피지컬이... 대사에 전혀 집중이 안 됨 방금 뭐가 지나갔는지 되감기 계속 누름. 뻐킹체크가 일종의 시청자 집중력 바리케이드였던 것이다. 물론 뻐킹체크를 입혀도 얼굴 보느라 넋 나가서 되감기를 역대급으로 많이 누른 드라마였지만.
체크 남방을 입고 있는 샘 너머로 세 벌이 더 보이는 놀라운 모습... 진지한 장면인데 저래놔서 기절하는 줄
9. 나온 지 오래된 드라마이다 보니 초반 시즌은 요즘 나왔으면 신나게 두들겨 맞았을 각이다. 난 예전 작품은 재미만 있다면 감수하고 봐서 괜찮은데 그런 거에 민감한 사람들은 빠른 하차를 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요즘 나오는 유포리아 같은 것보단 슈내가 훨씬 건전..하다고 생각해
10. 최근 몇 년간 덕질을 유목민처럼 발끝만 담갔다 빼는 수준으로 하고 있어서 이것도 몇 달이나 갈까. 일단 드라마는 볼 것도 잔뜩 밀린 시점에서 재탕을 하려는 일은 없었는데... 아무튼 세 달간 머릿속에 슈내 볼 생각밖에 없었고 덕분에 행복했음
+ 슈내 볼 때 생각났던 노래
ps 이 글을 오래전 블로그 이웃 모 님께 바칩니다
슈내 글 폭파 안 하고 남겨주셔서 감사함에 눈물 흘리는 중
아마 여기 다시 들어오실 일은 없겠지만 어디에 계시든 꽃길만 걸으시길